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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취미생활/슬기로운 나의 인문학

12살 딸과의 대화를 통해 배운다.

by 슬기로운 동네 형 2023. 8.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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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잊지 않으려 책에서 읽은 내용을 기록해 둔다.
 며칠 전 도서관에서 대여해 온 책을 무심코 읽다가 나와 딸의 대화가 연상됐다.

감정 문해력 수업

한국은 겉에 드러난 말의 속뜻을 파악하기 위해 상황과 맥락, 뉘앙스 등 보이지 않는 요소들을 고려해야 하는 ‘고맥락 사회’다. 대표적인 고맥락 사회인 한국과 일본의 말 문화를 비교 연구한

www.aladin.co.kr


 12살 딸과 대화를 하다 보면 항상 아쉬움이 남고 아이와 의견차이가 난다. 무엇이 문제일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 봤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고 문제가 무엇인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다 보니 49 페이지쯤에 "말의 품격을 높이는" 이란 섹션이 나오는데 그 부분에서 나와 딸의 대화의 문제를 이해했고 해법을 찾았다. 책을 읽다가 이렇게 내 삶에 딱 맞는 솔루션을 볼 때면 큰 희열을 느끼고 책을 쓴 작가들에게 고마움도 느낀다.
 

  마흔 이전의 대화법

 내 반성을 하자면 마흔 이전에 사람들과 대화를 했던 기억들을 떠올려보면 나 란 사람은 꽤 직관적이고 효율적으로 말을 내뱉었었다. 상대의 기분 따위, 입장 따위는 고려하지 않고 내 할 말만 딱 하고 듣고 싶은 이야기만 들었다. 그 외 형용사적 표현들은 모두 쓸데없는 자기변명과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다. 참 싹수없었다.
 마흔이 넘고 나니 여유가 생겼을까?
 후회가 됐다.
 어느새 사람들에게 주고 싶지 않은 상처를 말을 통해 주고 있었다는 인식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마도 나이가 먹어서 그런가 보다. 습관이 무서운 게 어느 순간부터 내가 말을 꺼낼 때마다 가시 돋친 말이 스스로 느껴지니 너무 괴로웠다.
 우선, 말을 최대한 하지 말자! 고 마음먹었다.
 

마흔이 넘어서야 다시 말하는 법을 배우고 연습하는 중

 아이가 태어나고 자라며 고학년이 된 지금, 아이와 대화를 할 때면 아이에게 미안할 정도로 내 말이 길어지는 것을 느낀다.  아이도 듣다가 지치는 모습이 보인다.
 어떻게 하면 간단명료하게 말을 할까? 항상 고민이었다.
 
 책을 통해 대화할 때 꼭 알아야 할 기본적인 룰이 있는 것을 알게 됐다.

  • 질의 격률 - 대화는 진실하게 해야 한다.
  • 양의 격률 - 대화의 목적에 적절한 정보의 양을 제공해야 한다.
  • 관련성의 격률 - 대화자들은 주제에 관련성이 있는 말을 해야 한다.
  • 태도의 격률 - 대화자는 모호하거나 중의적인 표현은 피하고 내용을 명확하게 이야기해야 한다.

4가지의 규칙에 부합하는 적절한 예를 설명도 하고 있다.
 
<질의 격률>에서는 양치기 소년 이야기를 예로 들었다. 누구나 아는 이야기일 텐데 소년의 거짓말로 마지막에 소년의 양들은 늑대한테 잡아먹혔다는 이야기. 질의 격률을 어긴 결과라고 설명한다.
 
<양의 격률> 상대방이 필요로 하는 분량을 존중해 주자는 것이다. 질문에 적절한 양으로 대답을 한다.
 
<관련성의 격률> 동문서답, 뚱딴지 같은 대답. 관련성 없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태도의 격률> 질문자가 "급여가 어떻게 될까요?"라고 물었을 때 그가 원하는 대답은 "100만 원"이라는 명확한 숫자다. 그런데 대답을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어요"라든가 "받을 만큼 받아요" 라든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은 예가 적절치 않은 거 같으나 질문에 대해 명확하게 답변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내가 줄곧 놓치고 있던 부분은 <양의 격률>과 <관련성의 격률>이다. 아빠니까 많은 것을 알려주고 싶어 말이 길어졌다. 또한 한 가지를 물어봤는데 연이어 관련된 이야기를 하다 보니 <관련성의 격률>을 어겼다.
 앞으로 아이와 대화할 때는 확실히 위의 규칙을 떠올리며 철저히 지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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