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과의 대화. 일기 쓰기
39살 지금으로부터 5년 전 어느 날. 6살 아이에게 한글을 가르쳐주면서 연필 잡는 법을 알려줬다.
아이가 한글을 어느 정도 익히고, 응원차 함께 일기를 써보자고 약속한게 시작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일기를 쓰면 무엇이 달라질까?
학창 시절이나 성인이 된 후에도 잠시라도 일정하게 일기를 꾸준히 써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다시 일기 쓰기를 시작하라고 격려하고 싶다.
내가 다시 일기를 쓰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일에 치이고 아내와 사이가 소원해지면서 삶이 재미가 없어졌고, 2년 정도 도전했던 사업도 흐지부지 끝남과 동시에 번 아웃이 되어버린 몸과 마음은 공허함 그 자체였다.
사업을 정리한 후, 다시 직장을 알아보는 중 남는 시간, 한 동안 집 앞 도서관에서 이런 저런 책을 보다가 "일기 쓰기" 관련 책들을 몇 권보게 됐다.
공통된 비슷한 효과는 이랬다.
"심리 치유 효과"
"자신에 대한 이해"
"논리 정연한 사고를 할 수 있는 능력의 증진"
"삶에 대한 점검"
미국 텍사스대학 제임스 페니베이커 교수는 이런 말을 했다.
글쓰기는 사고의 감옥으로부터 벗어나게 한다.
이게 무슨 말일까?
일기, 글쓰기를 계속하다보면 자신이 현재 겪고 있는 문제들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수단, 방법이 무엇인지 깊이 이해하게 된다.
자신을 이해하게 되고, 자신을 객관화해 바라보게 된다. 객관화를 통해 얻어지는 것은 냉철하게 이성적으로 자신을 타자화 한다는 의미다.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어느 날 연인에게 이별 통보를 받은 친구가 나를 찾아와 하소연을 하는 경우를 떠올려보자.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공감하기도 하고 조언도 한다. 바로 타인의 입장에서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게 된다는 의미다.
그게 바로 자신의 객관화다.
내 문제의 시작은 부모였다.
나는 주로 일어나자 마자, 조용히 가족들이 깨지 않게 거실로 나온다. 커피포트에 물을 받아 보글보글 끓는 소리가 들리면 녹차 티를 준비해 컵에 담는다. 컵에 물을 가득 담아 거실 의자에 앉아 한 모금 마신 후, 만년필을 손에 쥐고 가슴 앞에 놓인 일기장의 마지막 장을 찾는다.
펜촉이 종이에 닿는 순간 년도, 월. 일 그리고 날씨를 습관적으로 적는다. 그렇게 일기를 써 내려간다.
몇 달 동안은 어제 있었던 일을 기억해내 복기하듯 내가 느낀 감정을 적곤 했다.
회사에서 집에서 이런이런 일이 있었고 누구를 만났고 기분이 좋았던 감정, 안 좋았던 감정들을 영화처럼 떠올렸고 일기장에 고스란히 옮겼다.
약간은 단순한 패턴이었지만 반복되는 감정들이 있었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왜 내가 그런 감정을 계속해서 느끼게 되는지 그 원인을 쫓아가기 시작하게 되더라.
그 시작은 부모님이었다. 말이 조금 이상하지만, 내가 만들어져 갔던 시작은 바로 부모님들의 영향이 컸던 것이었다. 그들의 생각과 삶이 내게 많은 영향을 주었고 난 그들에게서 온전히 독립하지 못하고 있었다.
몇 달 동안은 부모님과 살았던 어린 시절 속상하고 서글펐던 기억들을 끄집어내어 적고 또 적었다. 그렇게 적다 보니 내 부모를 이해하게 되었고, 그 아래에서 자란 나를 더욱 깊게 이해하게 되었다.
이제는 어엿한 부모가 된 나는 내 부모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 성숙한 어른이 되기 위해서 하루하루 반성하며 살고 있다. 그리고 그 반성은 더 성숙한 사람으로 성장하기 위한 발판이 된다.
일기 쓰기는 당신에게 중요한 것과 인생에서 원하는 것,
그리고 당신이 되고 싶어 하는 모습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결정하도록 해주는 탁월한 기회를 제공한다.
어떻게 살 것인가?
일기 쓰기를 통해 내 문제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내가 무엇을 원하는 사람인지 알게 되면, 그 후는 의외로 쉽다.
자존감이 높아지며, 내 삶에 대한 객관화를 통해 점점 성숙해지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삶이란 정답이 없다. 내가 원하는 대로 살면 된다.
일기 쓰기. 습관을 들이자.
일기 쓰기도 걷기, 달리기와 비슷하다.
되도록 자주, 자신의 스타일로 일기를 써라. 매일매일 일기 쓸 시간을 정해 놓고 단 5분이라도 일기를 쓰자.
처음에는 매일 쓰는 습관을 들이기가 어려울 수 있지만 계속해나갈수록 점점 더 쉬워질 것이다.
약간의 투자를 하는 것도 꽤 좋은 방법이다. 이쁘고 멋진 펜을 사고 일기장을 준비하면 더더욱 도움이 될 것이다.
난 주로 실용적인 라미만년필과 Leuchtturm1917 무지 노트를 이용한다. 몰스킨과 만년필 조합은 안 어울린다. 몰스킨의 종이 두께가 꽤 얆기에 잉크가 번진다. 로이텀 종이도 그리 두꺼운 편은 아니지만 의외로 번짐이 없다.
'슬기로운 취미생활 > 슬기로운 나의 인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학습을 잘하는 방법 (0) | 2023.03.19 |
---|---|
잘사는법 (0) | 2022.12.10 |
글쓰기 - 잘 살기 위한 작은 습관 (0) | 2022.12.04 |
왜 점점 예민해지고 신경쓰일까? 신경끄기의 기술 (0) | 2022.11.23 |
탁월한 사유의 시선을 읽고 (0) | 2018.05.29 |
댓글